2013년 3월 17일 일요일

하고 싶은 일을 하는 대가

 내 방 창가 너머로 고급주상복합 아파트들이 보인다. 피크때는 30억까지 갔다는데 지금은 17억 정도 하려나? 대부분의 직업에서 얻는 수입으로는 평생 월급모아도 저 수많은 집들 중에 한채 사기도 힘들다. 누군가 나에게 와서 저 집 한채줄테니까 평생(은 아니더라도 정년까지??) 내가 시키는 일을 하면서 살라고 하면 내인생이 아깝다고 생각할텐데. 저 집 하나도 못 얻을거면서 흥미도 없는 일을 하며 사는건 슬프지 않은가.

 트레이더가 되겠다고 첫직장을 그만둔지도 4년이 되간다. 너무 힘들어서 하고싶은 일은 아니지만 돈도 더주고 네임밸류도 좋은 직장으로 옮길까 고민도 했다. 하지만 4년의  시간 동안 내가 느낀건 나는 사람들과 시장에 대한 생각 공유하고 내 의견 얘기하고 또 다른 의견들 듣는 걸 정말 좋아한다는 것이다. 몇 년 후에 내가 트레이딩이 아닌 다른 일을 하고 있을 수는 있겠지만 저 틀에서 벗어나지 않는 선택을 하도록 이 글을 남긴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 포기하는 대가는 저 집 한채도 안된다.

2013년 3월 16일 토요일

이채원의 가치투자

 최웅필이라는 펀드매니저가 화제다. KB자산운용에 주식 매니저인데 펀드 설정 후 3년 정도지났는데 누적수익률 100%를 달성했다고 한다. 지난 3년간의 주식시장을 생각해보면 놀랍지 않은가.

 이 사람의 이력을 살펴보니 가치투자로 유명한 이채원씨 밑에서 10년 정도 일했다고 한다. 호랑이 밑에서 고양이 안나온다더니.. 이채원씨는 친구가 그 분이 운용하는 펀드에 투자를 하면서 알게 됐는데 가치투자로 유명한 한국밸류자산운용의 CIO다.

 이채원씨가 쓴 <이채원의 가치투자>라는 책을 어제사서 오늘 단숨에 다 읽었다. 부제는 가슴 뛰는 기업을 찾아서. 근데 나는 이 책을 읽는데 가슴이 뛰더라.

 대단한 투자의 비밀을 발견해서가 아니라 이분이 가진 주식에 대한 열정이 느껴져서이다. 아.. 주식을 정말 좋아하시는 분이시구나. 담담한 어투지만 책 전반에 걸쳐 그게 느껴진다. 나는 내가 운용하는 시장에 대해 이 정도의 열정을 가졌나 자문해 본다.

  이채원씨는 가치투자의 우수성을 주장하지 않는다. 이건 나에게 맞는 방법이기 때문에 좋아하는거지 이 외에도 얼마든지 다른 투자철학이 있기 마련이고 자신에게 맞는걸 찾으면 된다고 말한다. 세상엔 피터린치도 있지만 조지소로스도 있으니까.

 본인의 투자철학으로 일가를 이루고 이정도의 겸손함과 유연함을 유지할 수 있다는게 PnL도 좋지 않으면서 커뮤니케이션도 안하고 자신들만의 비밀이라도 있는양 행동하는 트레이더들의 행적이랑 비교된다.

2013년 1월 2일 수요일

투자에 대한 생각

  <투자에 대한 생각>이라는 책을 읽었다. 원제는 The most important thing이다. 투자에 대해서 저자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20가지 철학을 적었다. 저자는 Howard Marks라는 헤지펀드 매니저로 책을 추천해 준 형으로부터 가치투자자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트레이더라는 직업을 가진 나에게 과연 도움이 될만한 책일까 하는 의구심과 함께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근래에 읽은 책 중에 가장 명저이다. 내가 가진 얕은 경험과 지식이 이 책이 가지고 대한 깊이를 오도할까봐 되레 글쓰기가 조심스러울 정도이다.

책 전체를 꿰뚫을 만큼의 깊은 이해를 하지 못한 관계로 키워드 중심의 리뷰를 하자면.

- 2차적 사고에 관하여 ( 이 책에서 가장 인상 깊은 부분이다.)
1차적 사고 : 좋은 회사니까 주식을 사자
2차적 사고 : 좋은 회사이긴 하지만, 모두가 이 회사를 과대평가하고 있어. 주식이 고평가 되어 있군 팔자!

1차적 사고 : 성장은 둔화되고 물가는 계속해서 상승할 전망이야. 주식을 팔자.
2차적 사고 : 전망이 어두워. 모두가 패닉 상태에서 주식을 팔고 있어. 사자!

2차적 사고를 위한 질문들
예측가능한결과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가?
그 중 어떤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내 예측이 맞을 가능성은 얼마나 되는가?
시장은 어떻게 예측하는가?
시장의 예측과 내 예측은 어떻게 다른가?
자산의 현재 가격은 시장이 예측하는 미래 가격에 비해 적절한가?
나의 예측과 비교해서 어떠한가?
가격에 반영된 시장 심리가 지나치게 낙관적이거나 비관적이지는 않은가?
시장의 예측이 맞다면, 또는 내 예측이 맞다면 자산 가격은 어떻게 될 것인가?


- 싸이클
어떠한 것도 영원하지는 않다. 시장은 주기를 가지고 움직이고 현재 시장이 싸이클의 어느 시점에 위치해 있는지 항상 파악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 리스크
리스크라는 건 사후적 판단이다. 가치투자자의 목표는 강세장에서 남들만큼 벌고 약세장에서 선방하는 방어적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는 것이다. 돈을 잃지 않는 것이 리스크 관리이다.

가치투자자의 철학이 트레이더가 가져야 할 철학과 다르지 않다.

2012년 7월 21일 토요일

엇갈린 길을 걸어가는 ELS와 ELW

흔히 국내사에서 장외파생운용팀이라 불리는 곳에서 운용하는 상품은 크게 두가지가 있다.  ELS와 ELW. 내가 일을 2008년부터 시작했기 때문에 이게 언제부터 시작된 비지니스인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2000년 초반부터 시작하지 않았을까 싶다.

증권사 브로커리지의 승자가 키움증권으로 굳어 가면서 기존에 지점중심의 브로커리지를 하던 회사들은 수익이 점점 박해지는 상황에서 ELS랑 ELW 비지니스는 그동안 증권사의 캐쉬카우 역할을 톡톡히 해왔다. (ELW는 정도의 차이만 있지 대부분 벌었을 거다 ELS는 사실 깨먹은 회사도 많다.) 하지만 ELS는 만기 주가조작 사건으로 아직도 소송이 진행중이고 ELW는 스캘퍼들한테 특혜를 제공했다는 이유로 증권사 사장들 불려다니고 난리도 아니었다.

개별 사건을 살펴보면 ELS 주가조작 사건은 트레이더와 고객간의 이해관계가 충돌할 수 있는 사안이라고 생각한다. 반면 ELW의 경우 우리 상품 많이 거래해주는 고객한테 더 빠른 체결속도라는 서비스를 제공했다는건데 그게 왜 문제가 되는 걸까. 하지만 올해 ELS 시장은 수익성과는 별개로 시장 자체가 계속해서 커지고 있고 ELW 시장은 정부의 규제안으로 시장자체가 1/10로 줄어들었다.

사건의 본질은 법리적 판단에 있는게 아니라 ELS는 이런저런 사건에도 불구하고 고객은 돈을 벌고 있고 반면 ELW는 고객의 대부분이 돈을 날리고 있다는게 문제다. 고객이 돈을 잃는 상품에 어떤 존재의 가치가 있단 말인가. 몇몇 증권사들은 정부의 규제안으로 인해서 시장이 죽었다고 볼맨 소리를 하는데 그 이전에 고객들을 위해서 어떠한 일을 했는지 묻고 싶다.

카지노에 와서 돈을 잃는 사람도 문제지만 고객한테 돈을 악착같이 뜯어간 카지노도 문제 그런 카지노에서 수수료 받아먹으면서 뒷짐진 당국도 문제.

2012년 7월 19일 목요일

첫 글

그동안 생각들을 글로 정리한다는 걸 하루하루 미뤄왔는데(어쩌면 피해왔는지도 모른다 생각을 글로 차분하게 정리해 놓는다는 것은 굉장한 노동이다...) 앞으로 사회 전반적인 이슈에 대한 나의 생각, 시장에 대한 생각 등등 잡다하게 이 곳에 남겨놓을 예정이다.

"번쩍" - 생각 가는대로 바로바로 행동하면 무기력을 극복할 수 있다??